LG는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스마트폰 시장의 유망주로 꼽혔습니다. 옵티머스 시리즈, G시리즈, V시리즈는 나름의 혁신을 보여줬지만, 결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2021년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이유가 거론되지만, 그 핵심에는 디스플레이 전략, 특히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선택과 활용 방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스마트폰에서의 실패가 곧바로 LG디스플레이라는 또 다른 성장 축으로 이어지면서 LG의 기술력은 새로운 방식으로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LG 스마트폰, 왜 실패했는가?
LG 스마트폰 실패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완성도 부족, 마케팅 역량 한계, 삼성·애플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의 경쟁 열세 등입니다. 하지만 하드웨어 경쟁력을 강조했던 LG 스마트폰의 정체성 속에서도 디스플레이 품질과 전략의 한계가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삼성은 일찍이 AMOLED 패널을 자사 스마트폰에 적극 도입해 밝기·색재현율·전력 효율에서 차별화했지만, LG는 LCD와 OLED 사이에서 전략적 혼선을 빚었습니다. 특히 초기 OLED 패널 품질 이슈는 소비자에게 “LG폰은 화면이 별로”라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LG의 OLED 도전
사실 LG는 OLED 기술을 가장 먼저 상용화한 기업 중 하나입니다. 특히 대형 OLED TV 패널 분야에서는 세계 시장을 선도했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용 소형 OLED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에 밀려 품질과 양산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스마트폰에 OLED를 적용하려 했지만, 번인(burn-in) 문제, 색 균일도 문제 등으로 소비자 불만이 적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LG V30입니다. V30은 LG의 플래그십으로,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지만 당시 품질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화면 색감이 균일하지 않고, 블랙 표현이 왜곡되며, 밝기 역시 경쟁사 대비 부족했습니다. 이 사건은 LG OLED 스마트폰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삼성과의 격차
삼성은 갤럭시 S 시리즈에서 AMOLED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화면은 삼성이 최고’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굳혔습니다. 반면 LG는 “TV에서는 OLED의 강자지만, 스마트폰은 예외”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결국 스마트폰 경쟁에서 LG는 디스플레이 격차를 극복하지 못한 채 점유율이 급락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의 반전
흥미로운 점은, LG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이후 LG디스플레이는 오히려 새로운 도약을 맞았다는 사실입니다. 스마트폰에서는 밀렸지만, 대형 OLED TV 패널과 차량용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또한 애플 아이폰 일부 모델에 OLED 패널을 공급하면서 소형 OLED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특허와 기술의 유산
LG는 스마트폰 시절에도 디스플레이와 관련된 수많은 특허와 연구 성과를 축적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지금은 폴더블 디스플레이, 투명 OLED, 차량용 곡면 패널 등 다양한 응용 분야로 기술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에서는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남은 기술적 유산은 LG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실패와 디스플레이 성공의 교차점
LG 스마트폰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가 디스플레이였지만, 동시에 LG의 디스플레이 기술은 다른 분야에서 부활했습니다. 이는 한 기업이 어떤 분야에서는 실패하더라도, 축적된 기술이 다른 시장에서 성공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줍니다.
자동차와 OLED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자동차용 OLED 패널 공급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데, LG는 곡면 OLED,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을 활용해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부품 공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잃었던 시장을 자동차에서 되찾고 있는 셈입니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속 LG
현재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은 삼성과 BOE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와 차량용 패널로 차별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즉, 스마트폰 실패는 LG에게 차별화 전략의 필요성을 각인시켰고, 이는 결국 현재의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이어졌습니다.
교훈: 실패 속에서 살아남은 기술
“LG의 스마트폰 실패는 디스플레이에 다 녹아있다”는 말은, 단순히 ‘디스플레이 때문에 망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스마트폰에서 실패했지만, 그 기술이 다른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함의를 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사업은 사라졌지만, OLED 기술은 여전히 LG의 핵심 자산이자 미래를 여는 열쇠로 남아있습니다. 실패는 완전한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과정임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맺음말
LG의 스마트폰은 실패로 끝났지만, 그 실패의 흔적 속에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술은 오늘날 OLED TV, 차량용 디스플레이, 심지어 애플 아이폰 일부 모델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LG의 사례는 기업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한 번의 실패가 곧 끝은 아니다. 기술은 언제든 다른 방식으로 부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