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휴먼노이드 로봇에서 소형화가 어떤 기술적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테슬라 옵티머스가 이를 어떻게 풀어냈는지를 실제 구조와 실무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1. 왜 소형화가 로봇 설계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인가?
사람과 비슷한 동작을 구현하려면 로봇은 수많은 관절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각 관절에는 모터, 감속기, 센서, 제어기가 필수적으로 들어가죠. 여기에 전원 공급, 통신 라인, 냉각, 보호 구조까지 추가되면, 공간은 금세 포화됩니다.
소형화란 결국 “더 작게, 더 가볍게, 하지만 더 많은 기능을” 넣는 일입니다. 이건 단순 경량화가 아니라, 시스템 설계의 전면적 재구성을 의미합니다.
제어기, 센서, 액추에이터를 모두 별도 구성하던 전통 방식에서는 한계를 느꼈습니다. 모든 부품이 ‘자기 주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하드웨어 수준에서 구조를 통합해야 했죠.
2. 소형화를 위한 3가지 핵심 기술 요소
① 통합형 액추에이터 (Integrated Actuator Unit)
기존에는 모터, 기어, 제어기, 센서가 따로 존재했습니다. 소형화 로봇에서는 이들을 하나의 유닛으로 묶습니다. 즉, 한 관절 유닛이 움직임을 생성하고, 제어하고, 피드백까지 스스로 처리하는 구조입니다.
- 케이블 최소화 → 신뢰도 및 내구성 상승
- 공간 효율 향상 → 관절 간섭 줄임
- 지연 시간 최소화 → 제어 반응 속도 향상
② 멀티레이어 집적 PCB
제어 회로, 모터 드라이버, 통신 모듈을 따로 쓸 수 없습니다. 최신 소형 로봇은 4~8층 이상의 고밀도 다층 PCB에 모든 기능을 집적합니다. 이는 고속 설계와 고전압 분리, 발열 분산까지 정밀하게 고려된 고난이도 기술입니다.
③ 배터리 및 전력 통합
소형화는 배터리에서도 필수적입니다. 테슬라는 옵티머스의 배터리를 로봇 흉부 내부에 수직으로 배치하면서도, 무게 중심(CG)을 낮춰 균형성을 확보했습니다.
또한 배터리 → 변환기 → 관절 제어기까지의 전력 공급 경로를 최단화함으로써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전자기 간섭도 억제했습니다.
3. 테슬라 옵티머스의 소형화 전략: 자동차 전장 기술의 이식
옵티머스는 로봇이라기보다, ‘이동하는 테슬라 컴퓨터’에 가깝습니다. 이건 단순한 은유가 아닙니다. 실제로 테슬라는 자동차 설계 기술을 로봇에 거의 그대로 이식했습니다.
- FSD 칩 기반 중앙 AI 처리: 영상 처리와 강화학습 정책 실행 통합
- 모듈형 관절 유닛: 액추에이터 + 제어기 일체형 → 빠른 조립/교체
- 자동차용 통신 버스 사용: 고속 CAN 또는 유사 EtherCAT 구조로 신뢰성 확보
- 전체 시스템의 OTA 업데이트 구조: 소프트웨어 유지 관리도 중앙 집중화
저는 테슬라가 이처럼 로봇 하드웨어를 모듈화한 것이 대량 생산은 물론, B2B 서비스 확장을 고려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형화는 단지 ‘기술’이 아니라, ‘공급망 설계’ 그 자체였습니다.
4. 소형화의 부작용과 설계 트레이드오프
하지만 모든 것을 작게 만든다고 해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 냉각 문제: 소형화된 회로는 발열이 집중됨 → 패시브 냉각 한계 존재
- 정비성 저하: 일체형 구조는 부품 수리보다 전체 교체가 일반화됨
- EMC/노이즈 문제: 밀집 설계 시 전자기 간섭에 취약
옵티머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발열 분산용 금속 하우징, 정비가 쉬운 모듈 교환 방식, 전원-신호 분리 구조 등을 적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5. 결론: 소형화는 로봇 기술의 ‘총합적 판단력’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로봇이 진정한 의미에서 사람과 공존하려면, 소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그 이유는 기능 때문이 아니라 물리적인 존재가 사람의 공간을 방해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테슬라 옵티머스는 지금까지의 로봇 설계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모터 하나, 배터리 하나까지도 자동차급 안전성과 통합성을 기준으로 설계함으로써 ‘AI의 신체화(Embodiment of Intelligence)’라는 목표에 가장 근접한 로봇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휴먼노이드 로봇 시장이 본격화되면, 소형화와 통합 설계 능력은 그 자체로 경쟁력이자, 생존 전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