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Pantech)이라는 이름은 한국인에게 여전히 휴대폰 브랜드로 익숙합니다. 2000년대 초중반, ‘스카이(SK Y)’ 브랜드는 삼성·LG와 더불어 피처폰 시장을 주름잡던 주인공이었죠.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가며 팬택은 결국 시장에서 퇴출되었고, 많은 이들이 “팬택은 망했다”라고 기억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팬택은 방위산업 기업 팬택디펜스(Pantech Defense)라는 이름으로 다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휴대폰의 유산’을 기술적 기반으로 삼아, 이제는 군수·방산 분야에서 재도약을 노리고 있는 것입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휴대폰 기업, 팬택
팬택은 1991년 설립된 뒤, 한국 휴대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스카이’ 브랜드는 세련된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능으로 2000년대 초중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당시 삼성과 LG에 이어 국내 3대 휴대폰 제조사로 자리 잡았으며,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 전환기를 맞이하면서 사정은 달라졌습니다. 팬택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 갤럭시, 애플 아이폰과의 경쟁에서 뒤처졌고, 자금난에 시달리며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습니다. 2015년을 기점으로 소비자 시장에서는 사실상 ‘사라진 브랜드’가 된 것입니다.
팬택은 정말 사라졌을까?
팬택이 휴대폰 시장에서 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 자체가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구조조정과 인수·합병 과정을 거쳐 일부 기술과 인력은 다른 사업 부문으로 이어졌습니다. 바로 이 과정에서 팬택디펜스라는 새로운 군수·방산 전문 기업이 등장하게 됩니다.
팬택디펜스의 출범
팬택디펜스는 기존 팬택이 보유하던 통신, 전자, 소형화 기술을 군수 산업에 접목시키며 시작되었습니다. 군수·방산 분야에서 요구되는 핵심 역량은 정밀 전자공학, 통신 네트워크, 센서, 보안 기술 등인데, 이는 바로 과거 휴대폰 제조사가 축적해온 기술과 상당 부분 겹칩니다.
예를 들어, 군용 무전기, 전술 통신 장비, 무인기 제어 시스템, 감시장비 등은 모두 휴대폰 기술을 확장·응용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팬택은 이러한 기술적 기반을 군수 시장으로 전환함으로써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습니다.
방산 분야에서의 주요 사업
팬택디펜스가 주력하고 있는 사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전술 통신 장비: 군 작전에서 필수적인 무전기, 암호화 통신 시스템 개발
- 무인기 및 로봇 제어: 드론 및 자율주행 로봇의 제어 시스템, 영상 송수신 장치
- 감시 및 센서 기술: 레이더, 영상 인식 장비, 환경 감시 센서
이러한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확대되는 영역이며, 한국 역시 방산 수출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면서 팬택디펜스 같은 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휴대폰 기술의 군수 산업 응용
휴대폰 산업에서 개발된 기술은 의외로 군수 분야와 잘 맞아떨어집니다. 소형화·경량화, 저전력 설계, 고성능 카메라 모듈, 무선 네트워크 기술은 군용 장비의 필수 요소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방산 시장과 팬택디펜스의 기회
전 세계 방산 시장은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무인화·스마트화가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전자·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방산 장비의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팬택디펜스 같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합니다.
한국 역시 최근 방산 수출 확대 전략을 통해 폴란드, 중동, 동남아시아 등으로 전차·자주포·전투기뿐 아니라 전술 통신 장비 같은 전자 장비까지 공급하고 있습니다. 팬택디펜스는 이러한 흐름에 올라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셈입니다.
성공을 위한 과제
물론 팬택디펜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 대형 방산업체와의 협력: 한화,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과의 협업 필요
- 지속적인 R&D 투자: AI, 빅데이터, 위성 통신 같은 미래 기술 접목
- 글로벌 경쟁력 확보: 해외 방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국제 인증 및 네트워크 구축
브랜드 부활의 의미
팬택의 부활은 단순히 한 기업의 재도약이 아니라, 산업 구조 전환의 사례로서 의미가 큽니다. 소비자 가전에서 밀려난 기업이 기술적 자산을 다른 산업에 접목하여 새로운 길을 찾은 대표적인 성공 스토리입니다.
이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시장에서의 실패가 반드시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기술과 인재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에서 제2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앞으로의 전망
팬택디펜스는 이제 막 도약 단계에 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방산 시장의 성장성과 한국의 방산 수출 확대 전략은 회사의 앞길에 긍정적인 환경을 제공합니다. 만약 팬택디펜스가 무인기·통신·센서 분야에서 확실한 기술력을 입증한다면, ‘스카이 휴대폰의 영광’을 넘어 “K-방산의 숨은 강자”로 부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맺음말
“팬택이 사라진 줄 알았다고? 군수·방산에서 부활 중”이라는 문장은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니라 현실입니다. 과거에는 휴대폰으로, 지금은 군수 장비로, 팬택은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키며 생존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곧 한국 방산 산업의 다양성과 잠재력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기술과 브랜드의 재탄생을 상징하는 이야기로 기록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