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인간형 로봇의 보행 알고리즘: 제어공학과 AI가 만드는 '걷는 기계'의 기술 진화

bs기자 2025. 6. 25. 10:41

옵티머스가 도시의 거리를 걸어가고 있는 모습
보행하고 있는 옵티머스

 

걷는다는 것은 인간에게는 무의식적이며 자동화된 행동입니다. 그러나 인간형 로봇에게 있어 걷는다는 행위는 다차원 역학, 실시간 제어, 센서 융합, AI 예측이 종합된 고도의 기술 과제입니다. 특히 2025년 기준으로는 보행 알고리즘이 로봇의 ‘지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영역 중 하나로 진화하고 있으며, 단순한 경로 계산이 아닌 ‘환경 적응형 행동’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저는 로봇 동역학과 제어 시스템을 실무에서 다뤄온 입장에서, 단순히 ‘걷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서 ‘넘어지지 않고 걷게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실히 느껴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단순한 알고리즘 나열이 아닌, 실제 시스템 구현과 통합 관점에서 인간형 로봇 보행 알고리즘의 기술 구조, 현황, 그리고 미래까지 분석합니다.

1. 보행은 왜 어려운가? – 이족 보행의 불안정성

인간형 로봇은 이족 보행(Bipedal locomotion)을 시도합니다. 이는 공학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형태입니다. 사족 보행 로봇이 네 개의 지지점을 항상 확보하는 것과 달리, 인간형 로봇은 걷는 동안 항상 무게 중심이 이동합니다. 즉, 걷고 있는 순간 대부분은 불안정한 균형 위에 존재하는 상태입니다.

제어공학 관점에서는 ‘로봇이 스스로 무게 중심(CoM, Center of Mass)와 지면 반작용(GRF, Ground Reaction Force)을 계산하여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문제이며, 이 계산은 연속적이고 매우 고속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특히 인간과 달리 로봇은 발목의 유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미세한 균형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넘어짐 방지 알고리즘(Fall Recovery)이 매우 중요합니다.

2. 전통적인 보행 제어 알고리즘들

① ZMP (Zero Moment Point)

1970~2000년대에 가장 널리 사용되던 방식으로, 로봇이 걷는 동안 중심이 무너지지 않는 지점(ZMP)을 계산하여 보행 경로를 생성합니다. 일본 혼다(Honda)의 ASIMO 로봇이 이 방식을 활용했으며, 안정적인 보행은 가능하지만, 예측성 없는 외부 환경 변화에는 취약합니다.

② LIPM (Linear Inverted Pendulum Model)

로봇을 단순한 선형 진자로 모델링하여 수치적으로 쉽게 계산 가능한 구조를 제공합니다. 실제로 많은 로봇이 초기 보행 실험에서 LIPM을 채택하지만, 진자 모델의 단순성 때문에 정밀한 보행이나 외란 대응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3. 예측 기반 보행: MPC의 도입

최근 로봇공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제어 방식은 Model Predictive Control(MPC)입니다. MPC는 향후 1~2초 간의 미래 동작을 미리 시뮬레이션하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현재의 제어 명령을 결정합니다.

  • ✅ 외란(충격, 지면 변화) 대응이 가능
  • ✅ 실시간 경로 수정 가능
  • ❌ 연산량이 많아 고성능 제어보드 필요
개인적으로 MPC는 사람 수준의 보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어 방식이라고 봅니다. 단, 실시간성이 떨어질 경우 오히려 로봇의 동작이 지연되고 불안정해질 수 있어, 고성능 연산 환경과 병렬 처리 최적화가 필수입니다.

4. 강화학습 기반 보행: 데이터 기반 행동 학습

강화학습(Deep Reinforcement Learning)을 통해 로봇이 스스로 ‘잘 걷는 방법’을 학습하게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테슬라 옵티머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Atlas) 등이 이 방식을 도입하고 있으며, 수천 시간의 시뮬레이션 훈련을 통해 복잡한 보행 패턴을 자동 생성할 수 있습니다.

강화학습 기반 보행의 장점은 인간처럼 부드러운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실 환경에서는 훈련된 정책(policy)이 항상 안정적으로 동작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제가 다룬 한 프로젝트에서는 RL 기반 보행 정책이 고정된 지면에서는 훌륭히 작동했지만, 단 2도 기울어진 경사면에서 빈번히 넘어졌습니다. 이는 강화학습이 아직까지는 ‘데이터에 과적합(overfitting)’되어 있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5. 제어 기술 통합이 핵심이다

2025년 현재, 가장 이상적인 접근은 하이브리드 방식입니다. 즉, MPC를 통해 예측 기반 안정성을 확보하고, 강화학습을 통해 자연스러운 모션을 생성하며, 센서 피드백(IMU, FSR 등)을 통해 실시간 오차 보정을 병행하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를 구현하려면 다음 기술들이 함께 조율되어야 합니다:

  • ✔️ 고속 관절 제어기(servo actuator) + 전류 피드백
  • ✔️ 실시간 센서 융합 (EKF 기반 자세 추정)
  • ✔️ 강화학습 환경(MuJoCo, Isaac Gym 등)에서의 데이터 생성
  • ✔️ ROS2 + FPGA 기반 실시간 통신 구조

결론: ‘걷는 로봇’은 시스템 통합의 결정체다

인간형 로봇의 보행 알고리즘은 단순한 수학적 계산이 아니라, 다학제적 기술이 맞물리는 종합 시스템입니다. 기계공학, 제어공학, 인공지능, 센서기술, 소프트웨어 공학이 조화롭게 통합되어야만 “사람처럼 걷는 로봇”이 실현됩니다.

앞으로의 핵심은 단순히 ‘걷는다’가 아니라,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고, 상황에 맞게 걷는 행동의 유연성과 적응성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형 로봇을 기계가 아닌 동료로 받아들이게 하는 진짜 차별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