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한민국 인터넷의 관문이었던 다음(Daum). 2000년대 초중반, 이메일 ‘한메일’, 커뮤니티 ‘카페’, 검색과 뉴스 서비스까지 두루 갖춘 포털 사이트로 네이버와 양강 구도를 형성했습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검색과 커뮤니티 모두 네이버에 밀리며 많은 이들이 “다음은 이제 망했다”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다음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카카오와의 통합 전략 속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으며 언론·뉴스 플랫폼으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다음의 전성기와 추락
다음은 1995년 설립된 후 국내 최초의 포털 서비스로 성장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 ‘한메일’은 국민 이메일 서비스로 자리 잡았고, ‘다음 카페’는 수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중심지였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2000년대 초 인터넷 문화의 성장은 곧 다음의 성장과 궤를 같이 했습니다.
그러나 검색 알고리즘 강화, 지식iN 같은 Q&A 서비스, 블로그·뉴스 연계 등에서 네이버가 압도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다음은 점차 이용자를 잃었습니다. 2010년대 초반, 다음은 점유율 하락으로 ‘2위 포털’조차 위태로운 위치로 밀려났습니다.
카카오와의 합병
2014년,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하면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됩니다. 당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국민 앱으로 성장했지만 검색·뉴스·플랫폼 역량은 부족했습니다. 반대로 다음은 PC 중심 포털로는 쇠퇴했지만 콘텐츠와 뉴스, 카페 같은 인프라는 여전히 강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양사의 합병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다음의 새로운 정체성: 언론 플랫폼
합병 이후 다음은 더 이상 전통적인 ‘포털’로 자리매김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뉴스와 언론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했습니다. 카카오톡의 ‘카카오뷰’, ‘카카오톡 채널’, 그리고 다음 뉴스는 지금도 국내 언론사가 기사를 배포하는 주요 창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음 뉴스’는 언론사 직접 편집 방식을 도입해 네이버 뉴스와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이는 언론사와의 관계에서 신뢰를 확보하고, 언론이 원하는 방식대로 독자에게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언론사와의 협력 구조
과거 포털은 언론사를 단순히 콘텐츠 제공자로만 여겼지만, 다음은 언론사와의 협력 모델을 강화했습니다. 기사 배열 권한을 언론사에 주고, 유통 플랫폼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언론사와의 상생 관계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카카오 생태계와의 연결
카카오와의 통합 전략 속에서 다음은 독자적인 포털이 아니라 카카오 생태계의 일부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페이지·멜론 등 콘텐츠 플랫폼과의 시너지로 다음 뉴스는 이용자 접점을 확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 ‘#탭’이나 ‘카카오뷰’를 통해 이용자는 뉴스를 소비하고, 이는 곧 다음 뉴스 트래픽으로 연결됩니다. 즉, 다음은 카카오 플랫폼의 ‘언론 허브’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MZ세대와 뉴스 소비 방식
흥미로운 점은, 젊은 세대 역시 여전히 다음 뉴스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사실입니다. 포털에서 직접 접속하기보다 카카오톡 공유 링크, 카카오뷰 큐레이션 등을 통해 뉴스와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과거 검색 중심의 포털과는 전혀 다른 뉴스 소비 패턴입니다.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
다음이 언론 플랫폼으로 변신한 것은 단순히 네이버와의 경쟁 때문만은 아닙니다.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 역시 뉴스와 여론 형성의 중요한 창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와 다음은 한국 언론의 국내 유통망을 안정적으로 지켜내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음의 한계와 과제
물론 다음 뉴스 플랫폼에는 과제도 많습니다.
- 이용자 인식: “망했다”는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전달해야 함
- 플랫폼 다양화: 단순 뉴스 유통을 넘어 영상, 오디오, 인터랙티브 뉴스 등 확장 필요
- 신뢰성 관리: 가짜 뉴스와 편향성 문제를 해결해야 함
교훈: 실패를 넘어선 변신
“망한 줄 알았던 다음”이라는 말은 과거의 기억일 뿐입니다. 실제로 다음은 사라지지 않았고, 카카오라는 거대한 생태계 속 언론 플랫폼으로 변신하며 새로운 역할을 찾았습니다. 이는 기업이 과거의 실패나 쇠퇴를 딛고,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맺음말
다음은 더 이상 예전의 포털이 아닙니다. 그러나 카카오와의 통합 전략 속에서 언론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길을 걷고 있습니다. “망한 줄 알았던 다음”은 사실 우리 곁에서 뉴스와 정보를 유통하는 중요한 창구로 여전히 기능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영광은 잃었을지 몰라도, 새로운 정체성으로의 전환은 다음이 여전히 한국 인터넷의 중요한 일부임을 증명합니다.